아빠 보고싶다.. - 장작다나와 (유머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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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 떨어지고?공기업 준비하다가?

매일 밤새서 게임만 하면서

내 스스로의 의지로는 이 늪에서 못 벗어나는 거 아닌가 하며

가족중에 누가 크게 아파야 정신차리려나 허송세월 보내다가

말이 씨가 된 것일까

아빠가 급성 백혈병에 걸리셨다

어느날 나에게, 아니 우리 가족에게 찾아온 비극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나는

가계 보탬 되겠다고?

늦은 나이 패닉 상태로 20대 후반 급하게 소기업에 취업했었다

아빠가 첫 항암치료를 잘 마치셔서

잘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다행이라 생각했다.

이제 엄마가 알아서 잘 간병하고 챙겨주시겠지?

어차피 항암치료도 잘 마치셨는데..

그렇게 투병 중인 아빠를 덜 신경쓰게 되었다

아빠 면역 핑계로 퇴근하고도 방에 얼른 들어가기만 했지

퇴근하고 인사만 한 번 하고 방에 들어가기 바빴다

그렇게 아버지와 마지막일 수도 있던 소중한 시간들을 헛되게 보내고 있었다

어쩌다 운 좋게 더 좋은?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이제 돈도 더 벌게 되었고 항암치료만 잘 마치면 아버지께?좋은?선물을 해드리고 싶었다

아버지가 환갑이시던 해에 아프기 시작하셨으니

제대로 챙겨드리지 못한 만큼 이번엔?더 잘 챙겨드려야지 다짐했었다.

.....

그렇게 앞으로 모든 일이 잘 풀리겠지, 부푼 꿈을 안고 퇴근하던 어느날

어머니께 전화가 왔다. 무거운 목소리로.

아버지가 백혈병?재발 판정을 받으셨다 한다.

아니길 바랐다.

그날 나는 누나와 함께 아버지 손을 잡고 한참을 울었다

지난 첫 항암치료처럼 잘 먹고 잘 버티자고 그렇게만 생각했다.

재발 후 첫 항암치료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집에 계셨던 날

아버지 투병 이후 면역력 문제때문에 아빠를 안아보지도 못했었는데

아버지가 아들을 너무 안아보고 싶었다며 불쑥 나를 안으셨다.

그게?아빠와의 마지막 포옹일 줄은 몰랐다.

추가 항암치료부터는 처음과 달랐다.

오랜 기간 항암제 투여로 아버지의 면역력이 낮아지면서 여기저기 합병증이 생겼다.

그래도 의사선생님 말 잘 들으면 낫겠지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다시 건강해지시겠지.

그렇게 한창 이직한 회사에 적응하느라 바쁘던 때,

누나에게 전화가 왔다.

평소 일하는 시간에는 전화가 올 리 없었다.

아버지가 위독하다고. 오늘을 넘기기 힘들 것 같다고.

하지만 코로나 시국이어서 아버지에게 갈 수 없었다.

그렇게 집에서 발만 동동 구르며 밤을 지새웠다.

그렇게 뜬눈으로 주말을 보내고

모르는 번호로 어머니께 영상통화가 왔다

아버지의 얼굴이 나왔다.

중환자실 간호사분이 영상통화를 대신 해주신 것이었다.

아버지가 깨어나셨구나

기적이 일어난걸까.

아버지도 어머니도 나도 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산소호흡기때문에 말은 못하셨지만.

조금만 더 버티시라고.

깨어나셨으니 이제 나아질 거라고...

그게 아버지와의 마지막 인사였다.

아버지는 두 해 째 겨울을 끝내 못 넘기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화장할 때 아버지가 제일 좋아하시던 법정스님의 책도 함께 보내드렸다.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읽으셨던 부분의?구절이?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모든 순간은 생에 단 한 번의 시간이며, 모든 만남은 생에 단 한 번의 인연입니다.'

.....

시간이 꽤 흘렀지만?

나는 아직도 아버지가 그립다.

특히 사회생활로 지치고 힘들 때면 더 생각이 난다.

20대 초반 철 없을 시절,

가끔 등산을 같이 할 때면 나에게 직장생활, 조직생활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늘 말해주시곤했다.

그때마다 나는 아직 취업하려면 멀었는데 뭘 그리 벌써부터 알려주냐고 투덜거렸었는데

이제는 아버지의 잔소리가 너무 그립다.

아버지가 지나가듯이 해주시던 조언들,?잔소리라 느껴졌던 모든 말씀들,

사회생활 하고 나니 전부 다 맞는 말이었다.

이제는 아버지께 더 묻고 싶어도 물어볼 수가 없게 되었다.

아버지라면 이 상황에 어떻게 하셨을까.

어떻게 지혜롭게 헤쳐나가셨을까.

아버지가 떠나시고 내게 남기신 유산이 있다면,

정말 소중한 사람들과의 인연을 매 순간 순간?소중하게 생각해야한다고 깨닫게?해주셨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읽으셨던 구절의 일기일회一期一會 처럼 말이다.

그게 아버지가 내게 남겨주신 가장 최고의 유산이라면 유산이다.

두서없이 썼는데 여기까지 읽어줘서 고맙다.

부모님께 연락 뜸했던 개붕이들은?부모님께 전화 한번 해드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