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붕이 34살에 학사 졸업한 썰 - 장작다나와 (유머게시판)

현지시간으로(캐나다임) 토요일 점심시간대에 느즈막히 일어나서 일하다가 집중도 안되고 바쁘고 치열하게 사는 한국의 수많은 청년들에게 '이렇게 사는 인간도 있구나...' 정도로 가볍게 읽어줬으면 해.?

본인은 올 해 한국나이 34살 아재인데, 이번 달에 대학교 학사 졸업장을 땄어. 7년 걸렸다 시팔.?

아무튼, 간략하게 본인 소개를 해보자면,?

어릴적 미국에서 살다가 초-중-고-대학1년-군대까지 한국에서 살았엉

*사진은 어릴적 엄마가 자주 데려가던 뉴욕 중부의 수영장인 것 같음.

당시 아빠가 맨해튼에서 일했었는데 아마 쭉 살았었으면 9.11 테러 때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아빠를 잃었을 수도 있었음ㄷㄷ

아무튼 당시, 아빠는 월드트레이드센터에 있던 일본계 대형 무역회사와 한국의 대우상사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엄마가 외동딸이라 장인어른, 장모님을 생각해서 걍 한국으로 갔어.

이렇게 내 한국 생활이 시작되었는데, 나는 한국에서 예고를 나오고 한국에서 최고 디자인학과가 있다는 대학에서 1년을 다녔엉.?

스무살 여름이 되니 병무청에서 신체검사받으라고 편지가 오더라. 신검편지가 오니 아빠가 "너님 사실 캐나다 영주권자임. 군대 가기싫으면 대학졸업하고 캐나다가셈"이라고 그날 저녁 알려주더라. 난 몰랐음;;

아무튼 술처먹고 친구랑 피시방에서 와우하다 자원입대 신청하고 군대를 감. 애국심이런거보다는 "어차피 한국에서 살건데 남들가는거 가야지"정도의 가벼운 마음으로 입대함.

근데 해외영주권병사는? 정기휴가마다 캐나다로 보내주고 전역하면 캐나다로 돌아갈 편도 항공권도 주더라. 그래서 캐나다로 일단 전역하고 바로 날아갔어.?

"1년정도 알바도 하고, 스키도 타고 쉬다가 한국가서 복학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캐나다 생활을 시작했어.?

근데 스무살 때 잠깐 해봤던 단기알바들만 해보다가 캐나다에서 이런저런 알바하고 일하면서 돈벌다보니 이게 재밌는거야.?

그렇게 수많은 일을 해보고 도전해보다보니 3년이 또 지나버렸어.?

근데 엄마입장에선, 비싼 돈주고 예고보내고 남들한테 "우리아들 이런 대학다녀욧" 이렇게 자랑할만한 괜찮은 학교에 보내놨더니 시덥잖을 일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니까 걱정이 되지않겠음? 그래서 며칠 고민하다 캐나다의 미대에 입학을 했어. 그게 27살이었엉.?

그 당시에 친구와 함께 사업을 시작했었어서 학기에 1과목, 2과목만 들으면서 설렁설렁 대학을 다녔어.?

2-3년 열심히 사업하다 다른 관심사가 생겨서 거기에 좀 몰두하고 이렇게 산만한 20대를 보냈어.

이렇게 대학생활을 하다보니 7년이나 걸려버렸어...

그래서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학사졸업장을 딸 수 있게됐네.?

이게 끝임ㅋㅋㅋ

뭐 20대에 패기로 시작한 사업? 쳐망함.?

사업 2번 함. 2번 처망함.?

모은돈? 사업 때 생긴 빚갚기도 바쁨;?

재산?10년 탄 자동차와 강아지밖에 없음.?

뭐 아무튼 객관적으로 쳐망한 30대 아재의 인생 카테고리에 속한 별볼일없는 사람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쓰는건?

20대의 뻘짓과 실패가 이제야 슬슬 익어서 이게 경험이 되고 자산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인생 좆망했다고 좌절감에 빠져있을 많은 20대, 30대 친구들에게?

"이렇게 사는 병신도 있다"정도의 위안?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써봐.?

난 캐나다에서 꽤 많은 일을 해봤어.?

옷가게 알바부터 시작해서, 매니져, 머천다이저, 디스트릭매니져, 그래픽 디자이너, 벽화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포토그래퍼, 비디오그래퍼 등등의 일을 해오면서?

현재는 상업 사진, 영상, 마케팅, 브랜딩을 하면서 목구멍에 풀칠을 하고 있어.?

20대의 사업경험, 인테리어, 소매직, 디자인 등등 이것저것 재밌어보이는거 잔뜩 찍먹해보며 결국 현재는 상업사진과 디자인에 정착했는데?

이게 많은 회사에서 좀 큰 자산으로 봐주더라.?

나이가 들어서는 순수미술로 그림그리고 글을 쓰면서 살고 싶어.?

그래서 현재는 다른 일들을 하면서 단편소설 하나를 준비중이야.?

인생의 모토?까지는 아니지만 "한 번 사는거 하고싶은거 다 해보고 죽자"라는 흐릿하고 추상적인 마음가짐으로 살다보니 여기까지 왔는데?

어떨 땐, "내가 20대에 무언가 한가지에 집중해서 했다면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큰 관심사(시각예술/디자인)라는 울타리 안에서 실제로 많이 경험해보며 좁혀나가다보니, 버는 돈에 비해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즐거움과 만족이 꽤 높은 것 같아서 뭐 그럭저럭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 같아.

어찌어찌하다보니 결혼도 못하고 이렇게 강아지랑 살고 있는데 아마 난 앞으로도 이렇게 나 하고싶은거만 하면서 살다가 고독사하지않을까 싶어 ㅋㅋ

개붕이들은 돈도 많이 벌고 예쁜 여친도 사귀면서 하고싶은거 잔뜩하면서 살길 바래.?

3줄 요약:

1)하고싶은거 쳐하다면서 대학다니다보니 대학 졸업하는데 7년 걸림.

2)나이들어 대학졸업하니 좀 머쓱함.

3)아! 대학입학은 20살에 했는데 졸업은 34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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